Pai In Thailand
그랜드 캐니언은 못 가도
빠이 캐니언은 가봤다.
4,000원 투어
굳이 투어를 신청하지 않아도 되지만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못한다면 투어 신청은 필수다. 왜냐 걸어서는 갈 수가 없으니.
빠이 여행자 거리에는 투어 여행사가 많은데 그중에서 후기를 통해 많이 본 aYa service를 이용했다.
최소 인원이 돼야 출발할 수 있는 반자보 일출 투어와 달리 선셋 투어는 신청하자마자 바로 예약이 돼 4시 30분까지 여행사 앞으로 오면 된다.
선셋 투어는 빠이 캐니언하고 투 헛츠(카페) 코스가 있는데 처음에는 100밧에 2코스 전부 가는 줄 알았는데 각 코스 당 100밧이다. 원래부터 투 헛츠는 딱히 갈 생각이 없어서 빠이 캐니언만 가도 상관없었다.
4:30에 여행사 앞으로 갔는데 나 말고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이 안보였다. 일출 투어와 달리 선셋 투어는 외국인들도 많이 신청해 사람이 많아서 뒤가 뚫린 버스로 다 같이 이동할 줄 알았는데 투어를 신청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나를 오토바이로 데려다주셨다. 오히려 좋아.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4,000원에 혼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 20분 정도 걸려서 빠이 캐니언에 도착을 했다. 7시에 나를 데리고 올 사람에게 사진을 보내줘야 한다면서 내 사진을 찍어갔다. 근데 이때 살짝 불안했다. 이러고 까먹고 안 데리러 오면 어떡하지? 택시도 없는데 혼자 어떻게 가지? 살짝 걱정이 됐지만 일단 빠이 캐니언을 보러 올라갔다.
웬만하면 운동화
올라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라 조금 힘들다. 그래도 언제 도착하려나 생각하기 무섭게 5분도 안 돼서 도착하기 때문에 금방이다.
그렇게 빠이 캐니언에 도착을 했다.
5시에 도착을 해서 일단 사진을 미친 듯이 찍었다. 근데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 그런지 너무 더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길이 더 험했다. 여기 오실 때 웬만하면 운동화를 신고 오세요. 위험합니다. 쪼리를 신고 고생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위험한 곳으로 가지 않아도 사진 찍을 수 있는 곳은 있지만 꽤나 넓었기 때문에 나는 이왕 온 거 모든 곳을 가보고 싶었다.
덥다, 더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지만 해가 질려면 아직도 1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한다. 근데 도저히 해가 내리쬐는 이곳에 계속 있기는 힘들어서 아까 올라오기 전에 주차장 근처에서 음료를 팔고 있는 걸 봐서 앉아서 좀 쉬기 위해 다시 내려갔다.
음료도 팔고 음식도 파는 거 같기는 한데 위생 상태는 흐린 눈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내려오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는데 좀만 더 밖으로 나오면 다른 카페도 있어서 차라리 그쪽을 가는 게 그나마 깨끗할 것 같았다.
오렌지 향만 첨가된 그냥 시원한 얼음 스무디를 먹으면서 쉬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분이 오셔서 나한테 7시에 가자고 한다. 처음에는 데리러 온 분인가? 7시에 갈 건데 왜 이렇게 빨리 왔지? 뭐지? 싶어서 일단 알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나를 까먹지 않고 데리러 온 기사님이 맞았다.
6시에 석양을 보기 위해 다시 올라갔다. 다행히 아까보다는 더위가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그래도 덥긴 마찬가지다.
저 길을 통해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저기까지는 못 가겠다. 혼자 여기서 다칠 수는 없으니 안전하게.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여기 온 이유 찾았다
이제 아무 곳에나 자리를 잡고 땅바닥에 앉아 노을이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걸 보기 위해 여기서 몇 시간을 기다렸나 보다.
덥고, 땀도 나고, 다리도 아프니까 짜증도 났지만 여기 온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가만히 앉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 이곳에 있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저 그 순간이 좋았다.
아까 말을 거신 분이 기사님인지 잘 확신이 없어서 일단 주차장 쪽에서 대충 멀뚱멀뚱 서있으니 아까 그 남자분이 손을 들고 이리로 오라고 했다.
아마도 다른 투어 코스를 신청했던 사람들과 같이 다시 빠이로 이동하는 거라 이번에는 뒤가 뻥 뚫린 차를 탔다. 다행히 기사님이 운전석 옆자리에 타라고 하셔서 에어컨 빵빵한 곳에 앉아 시원하게 갈 수 있었다.
집 들어가는 길에 본 자유로운 영혼들. 차 몇 대에 사람들이 실려서 어디론가 가고 있다. 중간중간 그냥 아무나 막 탄다. 빠이 역시 히피들의 성지답다.
나만 신기하게 아니구나. 다들 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