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 In Thailand
여행자들의 무덤이라고 해서 엄청 기대를 하고 갔다
그런데 며칠 안 돼 여기에 온 걸 후회했다
생각보다 너무 작은 규모의 도시이기도 했고
히피의 성지라는 말도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2x년을 살아온 나는 낯설고 무서운 감정을 느꼈다
같은 태국이지만 치앙마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후회를 하던 중, 반자보 일출 투어를 하게 됐다
하지만 날씨가 흐려서 안개 때문에 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아름다운 일출 사진은 전혀 보지 못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안개가 가득했던 그 순간마저도
이후로 빠이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못 보는 거 아니야?
빠이 캐니언 일몰 투어와 같은 여행사인 'aya service'를 이용했다. 후기를 찾아봤을 때는 이 투어는 한국인 밖에 없다고 들었다.
예약을 하려고 갔는데 신청자가 나 밖에 없어서 일단 예약을 하고 인원이 추가되면 연락을 준다고 하셨다. 예약자 명단에 이름을 쓰고 드렸는데 역시 한국인 밖에 신청하지 않아서 그런지 바로 한국인인 걸 알고 옆에 korea라고 적으셨다.
연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메신저 아이디를 물어봤는데 죄다 한국인은 안 쓰는 어플들이었다. 더군다나 저는 카톡 밖에 안 쓴다고요...
그래도 치앙마이 오기 전 수영 강습 선생님과 연락하기 위해 라인 어플을 설치했어서 혹시 라인은 가능한지 물어봤더니 다행히 가능했다.
정 신청자가 없다면 혼자도 가능할 텐데 훨씬 비싸다. 아마 1,000밧? 넘는 걸로 기억한다.
최소 3명에 1인 당 400밧(약 15,000원)이라고 했다. 인원이 더 많으면 금액이 더 저렴해질 수도 있다.
그렇게 투어를 신청하고 와서 숙소에서 쉬고 있었는데 라인으로 전화가 왔다. 투어 여행사였다. 외국인과 첫 통화라 조금 무섭지만 일단 받아야지 뭐 어째.
2명이 추가로 신청을 해서 내일 투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예약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해서 문 닫기 전까지 가겠다고 했다.
400밧을 지불하니 예약 확인증을 줬다. 그리고는 4시 30분까지 투어사 앞으로 오라고 했다.
새벽 4시 빡센데
진짜 부지런한 k-한국인. 여행까지 와서 일출을 보겠다고 새벽 3시에 기상을 했다. 그런데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한국인이 이런다. 대단한 한국인🇰🇷
왜 반자보 일출 투어에 한국인 밖에 없나 했더니, 새벽 4시까지 놀면 놀았지 외국인들은 절대 이 시간에 일출을 보러 오지 않는다. 그래서 대신 일몰 투어에는 외국인이 엄청 많다.
꽤나 길이 어두컴컴해서 무섭긴 한데 은근 이 시간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서 괜찮았다. 물론 다행히 술 취한 사람들은 없었다. 길거리를 청소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4시 30분도 안 돼서 도착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역시나 모두 와 계셨다. 투어를 신청한 사람은 나 포함 4명, 역시 모두 한국인. 그동안 아무리 빠이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한국인을 못 봤는데 여기서 다 본다.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작은 5인용 승합차가 왔다. 앞으로 일출을 보기 위해 1시간 30분을 달려야 한다.
반자보로 가는 길 역시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갈 때처럼 커브길이 많다. 새벽이라 먹은 것도 없는데 멀미할까 두려웠다. 더군다나 자리도 좁아 다닥다닥 붙어서 가느라 불편하다.
그래도 주변이 어두워서 잠이라도 자자하고 눈을 감았는데 쉽지만은 않다. 그렇게 6시쯤 겨우 잠이 들려고 할 때 도착을 했다. 운전자분께서 7시 30분이었나? 8시였나? 그때까지 차로 다시 오라고 했다.
해 어디 있어?
막상 처음 도착했을 때는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안개가 너무 자욱하기도 했고 꽤나 밝아졌는데도 해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
그래도 같이 간 한국인께 부탁해 일단 안개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조금 구경을 하니 10분 만에 할 게 없어졌다.
어디 의자에 앉으려고 해도 새벽이슬 때문에 다 젖어서 바지 궁둥이 부분만 더러워졌다. 그래서 주변 동네나 구경할 겸 위 쪽으로 걸어갔다.
뷰 미쳤네
반자보 일출 투어를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절벽 국수가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더 위로 올라 가기에는 집 밖에 없을 거 같아서 얼마 안 가 다시 사진 찍었던 곳으로 가니 옆에 커피집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무 아무도 없어서 들어가도 되나 싶어서 물어봤더니 된다고 하셨다. 원래 뜨거운 커피는 절대 안 먹는데 날씨도 쌀쌀하고 해서 50밧(약 2,000원)에 따뜻한 카푸치노를 시켰다. 시나몬 파우더 많이 뿌려달라고 했는데 시나몬 파우더가 없다고 하셨다🥺 시나몬 많이 뿌려야 맛있는데... 어쩔 수 없지..
신발을 벗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뷰가 정말 기가 막혔다.
해먹(?) 의자에 앉아 따뜻한 카푸치노를 먹으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 고요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잡생각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꽤나 자연을 좋아해서 도시도시한 나라보다 이런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을 여행하는 걸 훨씬 좋아한다. 그래서 아직까지 최애 여행지가 몽골인 것처럼. 요즘은 스위스를 너무 가보고 싶다ㅠㅠ
일출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난 이 풍경이 더 좋았다. 일출 투어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게 오히려 행운 아닌가.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소리, 아침을 깨우는 닭 소리, 산신령이 나올 것만 같은 안개 가득한 풍경, 이슬비로 인해 숲 속 풀내음까지 모든 게 완벽한 순간이었다.
여기에 빠져 난 움직이기 싫었다. 계속 그냥 여기 앉아서 이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국수를 먹으러 가기 싫었다ㅋ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있다 보니 몸이 축축 늘어졌다. 그렇게 모이기로 한 시간까지 계속 그 자리에서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난 그때 국수를 먹어야 했다. 오는 길에 거의 죽을 뻔했다. 빈속에 커피만 마시고 뒷좌석 가운데에 앉아 옆에 기대지도 못하고 불편하게 1시간 30분 동안 커브길을 가다 보니 속 쓰려 죽는 줄 알았다. 진짜 힘들었다. 잠도 안 오고 시간은 더럽게 안 갔다.
빠이에 도착해서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전혀 먹을 기운도 없고 속도 울렁거려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살기 위해 세븐일레븐에서 요거트를 사서 먹고 바로 침대에 쓰러져 누웠다.
그렇게 몇 시간은 계속 누워있다 너무 배가 고파 밥을 먹으러 나갔다. 이 날 하루종일 속이 느글거리고 울렁거렸다. 반자보 투어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분과 저녁에 재즈바를 갈려고 했었는데 그것도 결국 못 갔다ㅠ
다시 가라는 거 맞지?
이상하게 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그 나라 관련 프로그램이라든지 유튜브 영상들이 많이 뜨는데 치앙마이를 갔다 오고 나서 평소 즐겨보던 유튜버들이 치앙마이 갔다 온 영상을 올리고, 니돈내산 독박투어 프로그램에도 나왔다.
이렇게 갔다 온 후, 다른 사람들이 간 영상을 보면서 다시 한번 여행을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하필 내가 좋아했던 장소에 가 나는 먹지 못했던 국수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아쉬웠다🥺
여태껏 먹었던 국수 중 제일 맛있다고 하니까 더 아쉬웠다. 왜 나는 가서 저걸 안 먹었지 생각하면서 결국엔 '안 되겠다 다시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시간도 너무 좋았지만 3주 넘게 있을 동안 '다시 와야지' 생각은 솔직히 안 들었다. 너무 오래 있기도 하다 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충분히 이 정도면 구경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확실히 여행은 아쉬움이 남아야 더 여운이 오래가는 거 같다.
그래서 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무조건 다시 한번 빠이를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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